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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정리하다. 명함정리 D-113

 몇 년도 더 된 명함집을 서랍에서 꺼냈다. 사회초년생 때 명함을 받기 시작하고 정리해야겠다 싶어 산 명함집. 큰돈 들이기는 싫고 정리는 해야겠기에 눈에 보이는 책 타입으로 실용성에만 초점을 맞춘 명함집이다. 빨간색이 내 취향이 전혀 아니었고 일을 그만두고서는 보지 않았던 명함집. 참... 명함이란 게 없으면 필요하고 자기를 나타내는 거라 쉽게 버릴 수도 없었다. 몇 번의 이사를 했음에도 갖고 있었던 명함집을 꺼내 정리를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계기는 바로 책이다. 요즘 자기 계발 책을 자주 읽고 취향대로 고르다 보니 주로 테마가 '정리'다. 아침에 읽었던 책에는 시간, 인맥, 공간 이 3가지를 정리하라고 한다. 인맥 정리는 무엇일까? 연락처만 가지고 있고 수년간 통화 한 번 안 한 사람들, 얼굴도 기억이 안 날 정도인 사람들의 연락처를 지우고 나에게 가까운 사람, 필요한 사람,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연락처를 정리하라고 한다. 200장 정도를 보관할 수 있는 명함집에는 연구실에 있었을 때 받았던 업체, 선배 명함에서부터 입사초 거래처 명함, 헤어숍, 병원, 재무설계사 종류도 다양했다. 차례차례 넘기니 내 십 년 치 역사가 보인다. '어머, 결혼 준비하면서 만난 코디네이터 명함도 있네.' 그다음은 음식점과 병원 명함이다. '신혼이라 맛집을 자주 갔나?' 간간히 부동산 명함을 보면서 그때그때 사장님 얼굴이 스친다. 잠깐 과거 여행을 다녀온다.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이사한 십 년치 나의 역사.

 '아~이 사람 만났을 때 기분이 어땠어. 지금은 뭐하고 지낼까?' 궁금한 사람도 있었지만 사실 지금은 필요 없는 명함이다. 연락처가 바뀌었을 확률이 훨씬 높고 나를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많다. 그래, 버리자! 바이 바이~

 명함을 정리하면서 내 삶이 보였고 앞으로 이 명함집에 어떤 이들로 채워질지 설렜다. 지금은 새로 산 것처럼 비어있지만 오늘 누군가를 만나 명함을 주고받을 수도 있고 앞으로 어디를 가서 명함을 챙겨 올지 기대된다. 십 년 후에 다시 열어보면 어떨까? 내 발자취가 보이겠지.

 이때 궁금증이 밀려왔다. 요즘도 명함을 주고받나? 그러고 보니 처음에만 명함을 만들고 두 번, 세 번은 안 만들었던 것 같다. 그만큼 '내가 누구요.'라고 말할 기회도 줄어들었고 혹여 받았다한들 핸드폰에 입력하고 쓰레기통으로 버렸던 기억이 난다.

 책에 인맥 정리법 중 제안하는 것이 있어 옮겨보았다.

자신에게 맞는 보관과 저장 시스템을 만들자. 명함이란 보존하기 위해 있는 물건이 아니다. 데이터는 마냥 쌓아놓기만 하면 가치가 없어진다. 기술이 날로 진화해도 데이터는 일일이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정리해야 함을 명심하자. 명함을 받으면 일주일 이내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가공하여 정리하자. 모든 명함을 핸드폰이나 이메일 주소록에 입력하고 , 스마트폰으로 연동하여 언제든 이메일이나 전화가 가능하도록 등록하자. 만난 사람의 특성에 맞게 그룹을 정하고 메모란에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기는 게 좋다. 명함은 보관하기 위해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기 위해 정리하는 것이다. 

(중략)

수천 장의 명함을 정리하면서 지인들을 제외하고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명함 중 남겨진 명함은 단 20장에 불과했다. 명함 정리를 한 이후부터 나에게 정말 필요한 인맥이라면 미팅을 마친 후 일주일 이내에 전화나 문자, 이메일을 통해서 연락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SNS를 이용한다면 친구를 맺어 온라인을 통해서도 관리할 수 있었다.

<하루 15분 정리의 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