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서점이 생긴 후로 주말마다 아이들과 가곤 한다. 집에만 있기엔 하루가 너무 버겁기 때문에 서점에서 책을 사준다는 핑계로 갔다.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키즈존에서 아이 책을 먼저 골랐는데 요즘 한창 빠져있는 닌텐도 별의 커비를 보더니 그 책을 산단다. 게임하는 것도 못마땅한데 그책을 집으니 "아~왜 그런 책을 골라? 딴 책은 없어?" 해버렸다. 말하고 바로 후회했지만 뱉은 말은 담을 수없었다.
아이는 5, 6세쯤에는 책을 좋아했는데 7세부터 좀 싫어지는 눈치다. 저녁마다 읽어주는 습관은 어렸을 때 몇 달 했을 뿐, 붙잡고 책을 읽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책장에 책이 많지만 책 읽자~하면 너무 싫어한다. 만화책이든 그림책이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게 하라고 하는데 내 욕심이 앞선다. 아이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무안하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가 서점을 더 싫어할까 걱정스러웠다. "미안, 우리 딸. 엄마 입방정이 주책없다." ^^
초등학생 시절은 아니고 중고등학생 시절에 한달에 한 번씩은 아빠와 서점 데이트를 했다. 엄마와 데이트는 안 하셨지만 딸들과는 꼭 시간을 내서 데이트를 하셨던 아빠다. 토요일에도 출근하던 시절. 회사 앞에서 만나서 점심을 먹고 서점으로 가서 읽고 싶은 책을 사고 빵을 먹고 헤어지는 데이트. 아빠는 다시 회사로 동생과 나는 집으로 갔다. 지방이라 대형서점이 많지 않았고 시내중심가에 서점이 있어서 서점 가는 날은 늘 기대됐다. 고등학생쯤 됐으니까 일부러 두껍고 글밥이 많은 책을 고르기도 하고 아빠 보란 듯이 어려운 책을 들기도 했다. 내 기억 속에 대형서점은 만남의 장소이고 새로운 책을 볼 수 있는 재미난 곳이었다.
좋았던 기억 덕분에(?) 사회인이 되어서 약속장소가 잡히면 주변 서점을 검색하곤 했다. 어떤 날은 일부러 일찍 가서 서점을 둘러보고 문구류도 쇼핑하고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나에게 서점은 그런 곳이라 내 아이도 나처럼 서점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책인가, 서점인가? 헷갈리네 ^^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취향이 유튜브보다는 책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