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나는 내가 청소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에 보면 청소가 아니라 정리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깨닫는다. 지식 사전에 정리란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함.'으로 정의되어있다. 반면 청소는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함.'이라고 나와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따라다니면서 부스러기를 줍고 바닥 닦았다. 거울의 손자국, 바닥의 얼룩, 먼지들이 신기할 정도 내 눈에 들어왔다. 청소는 하면 할수록 더 하게 되는 거라고 하지 않던가. 매일 30분 이상씩 쓸고 닦고 했던 것 같다. 코로나 상황에 놓이고 집이 집 같지 않게 느껴졌을 때, 하나둘씩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tvN에서 하던 '신박한 정리'라는 방송을 보면서 '아, 내가 저런 걸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방송을 보면서 한 주는 팬트리, 다음 한주는 주방, 다음 한 주는 옷장 이런 식으로 비울 건 비웠다. 정리할 것은 정리해서 내 머릿속에 물건의 자리를 입력했다. 그렇게 정리만 했을 뿐인데 빈자리가 생기고 마음이 뻥 뚫리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청소를 하고 나서 깨끗한 집을 둘러보는 것도 좋긴 하지만 정리가 되어 물건들이 제 자리를 찾아갔을 때의 집이 훨씬 좋았다. 질서가 잡히고 가족들의 쓰임에 임무를 다한 물건들이 쉬고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위안을 받았다.